한국소식
1만2천원짜리 우울증 치료제.
50L 쓰레기봉투 10장이 우울증 치료제의 정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거창한 시작이 아니라 작은 행동부터 시작되는 마음치유. 다름 아니라 제가 바로 이런 일을 한 달 전쯤 경험했거든요.
오랫동안 한집에 살면서 너무 많은 짐들과 수납장 안에 가득한 물건들.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친해지기 위해 기도하고 독서하고 묵상하고 일기를 쓰던 나의 기도방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한 생활용품들로 기도방이 아니라 창고방으로 변해 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계속 쓰였거든요.
시작조차 할 엄두도 못 내고 언젠가 정리업체를 불러서 해야 되나 막연히 생각만 했는데, 어느 날 근무하고 있는 중에 딸에게 사진이 하나 왔습니다. 기도방에 있는 책들을 다 묶어서 거실에 내놓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확인하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강제로 딸과 함께 일주일을 퇴근 후 기도방 정리를 했습니다. 이 일이 시작이 돼서 다른 묵은 짐들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아직 다 끝나진 않았지만 정리가 된 집에 귀가하고 청소하는 일들이 예전처럼 힘들지 않아졌습니다. 기도방에 계신 예수님과 성모님도 볼 면목이 생겼습니다.
나의 영혼의 방도 기도방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스스로 시작할 수 없을 때 나를 도와줄 친구를 보내주시는 하느님.
기다리고 기다리시다가 결국은 사람을 붙여 주신 하느님.
다시 예전처럼 너와 친교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씀해 주시는 하느님.
이렇게 묵은 짐들과 버려야 할 쓰레기들을 다 버렸듯이 너의 영혼도 그렇게 정리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하느님.
그런데 사실 그렇게 기도방을 정리해놓고도 예전처럼 몇 시간이 아니라 고작 30분도 앉아 있지 않은 저를 보면서 또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했는데...
레지오 산책길 담당 자매님이 글을 하나 보내보라고 하시는데, 이번에도 사람을 보내주신 거구나 싶은 생각이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듭니다.
네! 이제 오늘부터 기도방에서 당신과 단둘이 오붓하게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정말 말 안 들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언제나 불러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은영 에밀리아나, 레늄 평신도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