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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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

제시 [레늄 산책길] 2025년 12월 25일(목) 25-12-24




저는 최근에 몸에 있는 작은 종양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었는데, 마침 실력과 사랑을 겸비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게되어 믿을만한 진단에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듣고 조직검사애 이어 수술까지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주사바늘 하나도 두려워 하던 제가 조직검사와 수술이라는 두 번의 자발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는 담당의사선생님의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대형병원에서 컨베이어에 실린 물건처럼 기계적으로 취급되는 데에 익숙했던 저를, 그분은 단 한 명의 환자인 것처럼 인격적으로 대해주며 저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귀기울여 듣고 치유의 모든 여정을 능숙하고 세심한 치료솜씨와 따뜻한 격려로 동행해주셨습니다. 특히 수술 전 토닥토닥과 수술 후 쓰담쓰담은 낯설었지만 따뜻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크리스챤이든 아니든 절로 예수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앓는 이들을 치유할 때 저런 눈빛이고 저런 손길이었겠구나. 그런 인격적인 만남을 경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예수님께 감사하고 그분의 말씀을 찰떡같이 믿게 되었을지 절로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저의 죄성을 다루시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적절한 때에 생각지 않은 방법으로 저의 죄를 진단해 내셨고 저에게 그 결과를 보여주시곤 했습니다. 인격적인 만남을 바탕에 둔 그분의 권위, 무엇보다 따뜻하게 재촉하는 눈길에 힘입어 그분께 동의할 때 칼을 대시어 수술을 진행하셨지요. 수술의 전과 후, 그리고 제가 느끼지는 못했지만 진리의 칼로 수술하는 도중에도 당연히, 그분은 늘 제 옆을 지키셨습니다.

오늘도 저는, 내 환부를 치료하기 위해 때로 나에게 아픈 선택지를 절절한 마음으로 제시하는 그분의 눈길을 바라봅니다. 나에게 불가피한 고통을 허락할 수밖에 없을 때, 안심시키고자 토닥이는 그분의 손길에 아이처럼 기대봅니다. 그리고 찰떡같이 믿는 마음으로 나의 환부를 그분께 맡겨드립니다.

– 안인숙 로사, 레늄 평신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