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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레늄 산책길] 2026년 3월 23일(월)
26-03-23
요즘 운명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입니다. 신점, 사주, 타로, 관상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운명술사 49인이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장면들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대의 역설입니다. 그 어느 세대보다 자유와 존중을 외치는 이들이, 동시에 자신의 삶을 조상의 업보와 타고난 운명 앞에 내려놓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진실한 갈망이 보입니다. 삶의 고통에 이유를 찾고 싶은 마음, 나는 누구인가를 알고 싶은 마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간절히 묻는 마음.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물음에 답을 얻고자 스스로를 포기하여 조상과 운명에 순종합니다.
그 반대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운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를 뒤집은 사건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미리 짜인 각본의 산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내가 함께 써 내려가는 합작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운명 앞의 순종이 아니라, 사랑으로 얻게 된 자유와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을 때,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답안지는 하나입니다.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강상구 안드레아 수사, L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