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어렸을 때의 기억입니다. 그때에는 선행이라는게 없어서 학교에 들어가서야 한글을 배웠으니, 아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얼마되지 않았던 때였을거예요.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방바닥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서투른 실력이지만 큰 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동화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효녀 심청"
파도가 휘몰아치는 시퍼런 인당수,
바닷속 용궁,
청이를 실은 커다란 연꽃...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스스로 읽어보는 청이의 얘기가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또 장면마다 그림은 얼마나 생생하던지, 세상이 온통 제 목소리와 청이의 세상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왕비가 된 청이가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버지, 아버지, 저예요 청이예요"
"아이고 네가 정말 내 딸 청이란 말이냐?
어디 얼굴 좀 보자"
하며 반가움과 놀라움에 눈을 왕방울 만하게 뜨고 청이를 보는 심봉사의 모습.
그런데 그때 번쩍 뜨인게 비단 심봉사의 두 눈만은 아닙니다. 혼자서 책 한권을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넘어선 느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활짝 열린 문앞에서 나의 두 눈도 번쩍 뜨여 마음 가득 설레임 또는 호기심으로 가득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친구 아녜스의 권유로 레늄 크리스티를 알게되고, 기도학교에서 묵상기도를 배우기 시작한 건 2년반 전입니다. 말로만 듣던 묵상기도가 어찌나 낯설고 막막하던지, 역시 학교는 가기 싫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지요.
아직도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이제는 성경을 펴고 예수님을 조용히 따라가 봅니다.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제자들과 함께 계시는 예수님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보면, 어느샌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봐 주시는 예수님을 느낄수 있습니다.
"예수님, 저예요, 안젤라예요" 하지 않아도, 아버지 눈 뜨게 해드리겠다고 인당수에 풍덩 뛰어들었다가 살아난 딸을 만나듯 다정하고, 반갑고, 그리고 뜨겁게 먼저 바라보고 알아봐 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계신 세상으로 기꺼이 저를 초대해 주십니다.
저를 불러주신 예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레늄 가족들과 서로 의지하며 길을 걷다보면 빛이며 생명이신 예수님을 더 자주, 가까이 뵐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아멘.
– 전희진 안젤라, 레늄 평신도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