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주님께서는 언제나 약속에 신실하신 분이지만, 그 계약의 상대자인 인간의 변절과 배신으로 인해 애초의 계획은 자꾸 틀어지고 맙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이랬다저랬다 자꾸 말을 바꾸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의 개인 역사 안에서도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가장 좋은 길을 끊임없이 제시하시지만, 나의 아집, 두려움, 불성실, 변덕 등으로 인해 당신의 계획이 꼬이고 맙니다. 나는 내 자신의 불순종은 생각하지 않고 왜 이렇게 멀고 꼬불꼬불하고 불편한 길을 주셨을까 불평하면서, 이 길이 맞는지 순간순간 의심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꼭두각시로 창조하지 않고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인데 말이죠.
요즘 네비게이션이 좋아져서 실시간 교통상황에 따라 최적의 길을 안내하니, 도착예정시간까지도 거의 맞아떨어지곤 하지요. 그래도 우리는 눈앞의 사정에 따라, 나의 경험에 따라 다른 길을 택하곤 합니다. 그럼 잠시 망설이던 네비는 그 상황에서 최적인 길을 다시 제시합니다. 제시한 경로가 의아했던 경우에는, 정체가 심해서라던가 도로가 신설돼서라던가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령 또한 이 네비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좋은 길을 제시하지만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꺼버리기 전까지는 도착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최선의 길을 제안합니다.
최신 네비도 순간적인 교통상황이나 진짜 동네 사람만 아는 골목길은 파악 못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를 데이터베이스로 삼은 성령의 네비는 그렇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인간의 생각을 다 들여다보시고 나의 머리카락까지 낱낱이 세어두신 네비입니다.